미국은 추수감사절 주였어요. 며칠 휴가를 Thanksgiving뒤로 내서 백수처럼 한번 놀아볼 작정이었어요. 별다른 계획없이 빈둥빈둥. 근데 뜻대로 안되고 잠 모지라게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오히려 피곤하네요. 그래서 오늘은 휴가의 마지막날을 까페에서 빈둥거려볼까하고 다 밀쳐놓고 동네 까페로 달려왔어요.
얼마전에 알라딘 US로 책 두권을 주문했거든요. 루나파크의 지금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와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두가지에요. 오늘은 루나파크의 '지금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를 읽었어요. 울며 웃으며 단숨에 읽어나갔네요. 꼭 10년전 미국에 올 때 생각이 마구마구 났어요. 루나양은 그렇게 손님처럼 살다가 고향으로 돌아갔고, 저는 이곳 필라델피아 구석 까페에 앉아있네요.
낯선 영국땅에서 자신만의 새로운 시간을 시작했던 루나양의 느낌들이 이곳에 앉아 간혹간혹 창밖을 바라보게 만들었어요. 외국인으로 사는거요? 늘 손님이면서 손님 아닌척하고 사는거..머 그런거라 할까요? 누가 나를 손님으로 볼까봐 괜히 눈에 힘도 줘보고 하면서 사는거..머 그런거요? 아님 어느순간 손님이었나...? 잊어먹고 사는거요.
암튼, 먼가에 열중하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오후에 햇살안에 너그러워보이고 평안해 보이네요.
집으로 돌아오는길에 마켓에 들러서 Wheatglass 한 상자를 사왔어요. 한잔에 4불인데 이 한상자가 17불이니 괜찮은거죠. 문제는 보관인데, 비좁은 냉장고에 자리를 만들어서 꾸겨넣었어요. 부지런히 마셔야 겠어요. 집에 돌아와서 배가 고파서 허겁지겁 사과 샐러드를 만들어 먹었어요. 소스는 불린캐슈와 올리브오일 레몬주스를 짜넣고 만든 마요네즈에요.
Wheatgrrass한 상자에요. 뿌듯하네요 =) 벌써 건강해지는거 같아요.
Wheatgrass는 녹즙에 여왕이라고 하네요. 얼마전에 Wheatgrass녹즙을 아침 빈속에 먹었다가 정말 회의중에 토할 뻔했어요. 위장이 그정도로 튼튼하진 않나봐요. 즙을 마시고 음식을 좀 먹던가 식사 후에 마시든가 해야 될꺼 같아요.
일단 샐러드도 한접시 먹었으니 요만큼 오늘은 짜서 마셔볼랍니다. 한번에 소주잔으로 한잔정도가 적당하다고 해요. 새싹채소의 효능에 대해선 정말 극찬이 많더라구요.
당뇨, 고혈압, 비만, 위염, 위궤양, 췌장 및 간질환, 천식, 녹내장, 변비, 치질, 대장염, 관절염, 빈혈, 여성질환..머 이거 만병통치약인가요? 완전식품이라고도 하고, 혈압을 정상화하고 건강한 조직세포의 성장을 돕는 조혈제라고 하고, 체내의 독소를 제거하면서 임파계를 청소하는 정화제라고도 하네요. 물에도 한두잎 넣어주면 물이 정화가 된다고 해서 필터기 안에도 몇놈 넣어두고 우리 강아지 물에도 몇잎 띄워놨어요.
휴가의 마지막날이니 이제 넬부터 회사에 콕 쳐박혀 있을 나를 위한 간식을 좀 만들었어요. Date로 만든 Raw Fudge Ball이에요.
레서피는 간단하죠.
Raw Walnuts / Chopped dates / unsweetened cocoa powder / vanilla extract / sea salt
Raw호두는 까페가기 전에 미리 불려뒀어요. 불린 호두와 나머지 아이들 합해서 food processor로 윙윙돌려서 반죽을 만들고 조금씩 떠서 동글동글 빚어요. 그리고 코코넛가루에 굴리던가 참깨에 굴리면 끝이에요. 이 아이들은 사실 아이스크림에 넣어서 먹으면 훌륭한 디저트가 되죠. 그냥 먹어도 좋아요. 달달하니...
이제 백수놀이를 슬슬 접어야 하는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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